[0. 마이클 샌델이 하고자 하는 말]
이번에 얘기해 볼 책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또 다른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서도 유명합니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대다수가 공정하다고 믿고 있는 능력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 꼬집고 있습니다.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공정함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거의 신성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어떻게 우리의 인간관계와 경제체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다룹니다.
[1. 능력주의: 기회만 공평히 제공하면 되는가?]
능력주의는 부의 양극화를 굳히는 고학력의 세습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승자들은 더욱 오만해지고 패자들은 더욱 굴욕감을 갖게 되어서 서로 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요즘 우리는 성공을 행운이나 은총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노력과 분투로 얻은 성과라고 강조한다. 열심히 노력하여 능력을 갖추게 되고 성공할 수 있었으며,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 능력이 없어 패배했다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 아래의 핵심 테마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한다. 성과를 능력에 따라 배분한다.
언뜻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일 것 같은 능력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지적합니다. 우선 공평한 기회 제공과 능력 발휘 여건 조성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학력자가 출세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회에서 공평한 교육 기회 제공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입학시험만 잘 치면 좋은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는 조건만으로는 공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잘 사는 집 아이가 입학시험 준비하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적으로도 명문대 합격자의 상당한 비중이 부잣집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모든 외부적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IQ나 공부하려는 의지 등 타고난 천성에 이미 격차가 있기 때문에 모두가 공평한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배제합니다.
능력주의는 이러한 점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차라리 외부적인 조건이 불평등하다면 패자가 되더라도 핑계를 댈 거리가 있습니다. 가난해서 공부를 못했다고 승자 역시 운이 좋았더라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의 평등이라는 관념이 정착될수록, 즉 능력주의가 강화될수록 승자는 스스로 노력한 덕분이라 생각하며 오만해지고, 패자는 스스로를 탓하며 굴욕감이 더욱 커집니다. 지금까지 사회는 빈부의 격차, 부의 세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평한 교육 기회만을 강조해 왔지만, 이것만으로는 능력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마이클 샌델은 얘기합니다.
기회의 평등은 부정의를 교정하는 데 필요한 도덕이다. 그러나 그것은 교정적 원칙이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적절한 이상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상승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사회적 연대와 시민의식 강화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회의 평등의 대안으로 조건의 평등을 제시합니다.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의 평등, 조건의 평등에 대한 설명으로 제임스 세담스의 미국의 서사시라는 송가의 한 부분을 소개하면서 샌델은 말합니다.
[2. 애덤스의 이상]
애덤스가 말하는 꿈은 단지 사회적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더 폭넓고 민주주의적인 조건적 평등을 말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예로 그는 미국 의회 도서관을 그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상징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삶의 영역에 미국인들이 자유롭게 와서 공공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을 인용해 보자면,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온 시민들이 서로 공동의 공간과 공공장소에서 만날 것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시장이 각자의 재능에 따라 뭐든 주는 대로 받을 자격이 있다는 능력주의 신념은 연대를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든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신의 은총인지, 어쩌다 이렇게 태어난 덕분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다. 그런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하며, 자신이 가진 우월함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 속에서 얻어낸 것이 맞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샌델은 현실적으로 공평한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라면 재능을 타고났거나 배경이 뛰어나 능력을 갖추게 된 사람만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책의 내용을 한번 살펴봤는데요. 공동사회를 위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은 주제를 잘 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정함에 대한 인식을 다시 생각해 보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공정함을 갖추기 위해 국가는, 사회는, 개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